공동체의 거룩함을 위한 우리의 갱신
공동체의 거룩함을 위한 우리의 갱신
2019년 3월 12일 / 매일성경 / 느헤미야 9장 23-38절
‘우리가 이 모든 일로 말미암아 이제 견고한 언약을 세워 기록하고 우리의 방백들과 레위 사람들과 제사장들이 다 인봉하나이다 하였으니라(느9:38)’
기업이나 단체에서 이미지 개선을 위해 ‘갱신’이라는 단어를 자주 인용하곤 합니다. 또 곧 만료되는 기존의 계약을 연장하기 위해 ‘갱신’이라는 단어를 조합하기도 하지요. 즉, 갱신은 무로부터의 새로운 시작이 아니라 기존의 시스템을 보존하기 위해 필요없는 요소는 버리고, 필요한 요소를 추가하는 형태를 말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어쩌면 갱신은 처음 맺었던 계약 관계의 동기를 다시금 상기시키고, 계약 본연의 목적을 지속하기 위한 중요한 과정이라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이처럼 갱신은 조직과 조직, 조직과 개인 간의 명시적 갱신 뿐만 아니라 그 어떤 조건이든 구두로 협의된 묵시적 갱신까지 모두 약속된 내용을 점검하고, 개선하기 위해 모두에게 반드시 필요한 것입니다.
그러나 갱신은 비단 세상에서만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오늘 본문에서 바라보는 내용과 같이 하나님과 유다 백성 간의 언약을 새롭게 하기 위해 인봉이 시작되는 과정을 예로 볼 때, 구약 시대 가운데 갱신의 과정은 지속적으로, 끊임없이 반복되고 있는 것을 목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하나님과 이스라엘 민족의 관계는 세상이 말하는 ‘계약’과는 사뭇 다른 ‘언약’이라는 단어를 쓰고 있습니다.
계약은 상호간의 협의를 통해 이루어지는 관계를 말한다면, 언약은 상호간의 협의가 아닌 하나님의 선포로 발현된 약속의 말씀인 것입니다. 이는 ‘너희는 나만 섬겨라. 그리하면 내가 너희를 젖과 꿀이 흐르는 땅으로 반드시 이끌겠다.’, ‘나의 아들 예수를 영접하라. 그리하면 너희의 모든 죄를 용서하고 영원한 삶으로 이끌겠다.’는 백성들과 우리들을 향한 하나님의 약속인 것이지요.
오늘 본문에서 수문 앞 광장에서 모인 백성들은 계속되는 학사 에스라의 말씀 낭독을 통해 언약을 온전히 지키지 못한 과거의 잘못을 회개하고 고백하는 장면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과거, 이스라엘 민족은 반복되는 불순종과 거역으로 스스로 하나님과의 언약을 파기했습니다. 이에 대한 결과로 유다 백성들은 민족의 멸망과 오랜 세월 강대국의 종으로 고단한 여정을 지나야 했습니다(느9:37).
다행히 백성들은 총독 느헤미야의 리더십을 통해 무너진 성벽이 재건되고 민족의 주권을 회복하고, 다시금 예루살렘 성전에 하나님의 말씀이 선포되는 놀라운 감격을 경험하게 됩니다. 그러나 그들은 회복에 대한 감격에만 머물지 않았지요. 지난 과거를 청산하고 하나님과의 언약을 지속하기 위한 갱신작업에 착수하기에 이릅니다. 갱신 작업은 매우 세부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이 언약의 갱신은 본문에 기록된 유다 민족을 넘어 오늘 나와 공동체에 동일하게 적용되어야할 것입니다. 오늘 하나님과 나와의 관계, 하나님과 공동체와의 관계가 계속해서 거룩함을 유지하고, 온전한 관계가 지속되기 위해 갱신의 작업이 끊임없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하나님의 언약이 지속되기 위한 거룩한 공동체가 되기 위해 우리가 갱신해야할 요소는 과연 무엇일까요?
첫째, 죄와 실수에 대한 직면입니다(느9:26). 재건된 유다 공동체는 과거 이스라엘 민족에게 행하셨던 하나님의 은혜와 섭리의 역사들을 잊지 않았습니다. 믿음의 사람 아브라함, 모세를 통한 출애굽, 왕조시대의 번영 등 언약을 성취하시는 하나님을 찬양합니다. 그러나 동시에 이렇게 언약이 성취되는 역사에도 불구하고 불순종과 거역을 반복적으로 일삼은 민족의 죄악과 실수 또한 잊지 않았습니다. 마치 상처를 도려내듯 죄악의 실상을 가감없이 토해내고 있습니다.
갱신은 이처럼 과거의 과오들을 피하고 청산만 하려는 것이 아닌 그 흔적들을 있는 그대로 목도하며 잘못과 실수을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입니다. 자신의 죄에 대한 철저한 직면이 일어나야 진정한 변화와 갱신이 시작되는 것이며, 이를 통한 하나님과의 언약을 새롭게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둘째, 하나님의 은혜와 긍휼을 구하는 것입니다. 죄에 대한 직면에서부터 한걸음 더 나아가 나와 공동체를 향한 하나님의 용서와 긍휼이 임하도록 기도해야 합니다. 하나님의 언약이 없이는 그 어떤 존재도, 공동체도 실존의 가치가 없습니다. 하나님의 긍휼을 구한다는 것은 내 삶과 공동체의 주인이 누구인지를 각성하고, 모든 불의에서 깨끗함을 받아 하나님의 백성으로서 실존을 재확인하는 것입니다(요일1:9).
오늘 나와 공동체에 임해야할 하나님의 은혜는 무엇입니까? 매순간 반복되는 죄악과 실수로 넘어지고, 흩어지는 나와 공동체를 불쌍히 여겨달라는 호소의 간구를 드려야하지 않을까요? 나와 공동체가 부족함을 인정하며 주 앞에 매일 자복하는 심정으로 나아가 십자가의 은혜와 긍휼을 의지할 때 나와 공동체를 향한 비전과 언약이 온전히 실현될 수 있음을 기억해야할 것입니다.
셋째, 언약을 지키고자 하는 책임감과 구체적인 실천입니다(느9:38). 이를 위해 유다백성들은 언약을 기록한 후 인봉 작업에 착수합니다. 회복은 곧 삶과 연결됩니다. 예배를 통해 회복과 은혜를 경험했다고 해서 성전 안에서만 머물러서는 안됩니다. 언약을 지키고자 하는 분명한 책임감과 구체적인 실천이 뒤따라야 합니다. 이어지는 느헤미야 10장에서는 언약을 위한 구체적인 실천 방안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단순한 말로서의 결단을 넘어섰던 것이지요.
우리 또한 삶 속에서 거룩하고 구별된 언약의 백성이 되기 위한 책임감과 실천이 필요합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가져야할 책임과 행해야할 실천의 매뉴얼은 무엇이겠습니까? 바로, 예수께서 제자들을 비롯한 우리 모두에게 새 계명으로 부여하신 ‘하나님 사랑과 이웃사랑’에 대한 실천인 것입니다. 유다백성들의 인봉과 같이 예수께서 부여하신 세 계명을 보증하는 신약시대의 인봉은 무엇일까요? 다름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입니다. 이 십자가를 지속적으로 전해야할 책임이 바로 우리에게 있다는 것이지요.
이러한 갱신의 작업을 통해 우리의 공동체는 거룩하고도 견고한 그리스도의 몸으로 세워갈 수 있습니다. 그러나 갱신은 단번에 끝나서는 안됩니다. 언제고 작은 틈에 무너질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그토록 굳은 결단으로 인봉까지 해서 언약의 실천 방안을 세워놓아도 오래가지 못합니다. 하나님의 언약은 변하지 않지만 인간의 마음은 언제나 변하기 마련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의 갱신은 매일, 매순간 이루어져야 합니다. 하나님에 대한 불순종과 서로를 향한 미움과 다툼과 갈등으로 인한 틈이 늘 발생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틈을 그대로 방치하고 있다면 세상이 주는 시험과 유혹이 비집고 들어와 언젠가는 무너질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틈을 주지 않는 거룩한 공동체가 되기 위해 계속해서 끊임없이 말씀과 기도, 겸손과 사랑으로 틈을 봉인해야할 것입니다. 이 틈을 메우는 삶을 살고자 한다면 나와 공동체는 결코 무너지지 않을 것입니다.
이러한 거룩한 공동체를 위한 갱신이 공동체에 속한 우리 모두의 결단과 실천이 되어야하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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